16 Jan 2026
다시, 한 줄 #01 | 퇴근을 했는데, 하루가 끝나지 않은 느낌
퇴근을 했는데도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집에 도착했고, 신발을 벗었고, 해야 할 일도 더 이상 없는데 머릿속은 여전히 회사 근처를 서성입니다.
아마도 하루를 ‘버티는 데’ 집중했기 때문일 겁니다. 끝내는 데 집중하지 못한 날들은 몸은 퇴근했지만 마음은 퇴근하지 못합니다.
퇴근 후에야 생각이 몰려오는 이유
낮에는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회의, 메신저, 메일, 결정해야 할 사소한 것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미뤄둔 생각들이 퇴근 후에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오늘 저 말은 괜찮았을까.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는데. 왜 그 일에 이렇게 에너지를 썼을까.
퇴근 후 생각이 많아지는 건 우리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낮 동안 너무 많이 참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는 기준
하루를 잘 보냈는지에 대한 질문은 생각보다 답하기 어렵습니다.
성과가 있었는지, 칭찬을 받았는지, 일을 많이 처리했는지로만 하루를 평가하다 보면 대부분의 날은 애매하게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하루의 기준을 조금 바꿔보려고 합니다.
오늘, 필요 이상으로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는지. 끝내지 않아도 되는 일을 끝내려고 애쓰진 않았는지. 최소한 한 번쯤은 숨을 고를 수 있었는지.
잘한 하루보다는 덜 무리한 하루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일을 끝냈는데 마음이 남아 있는 이유
일은 끝났는데 마음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리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업무의 정리는 파일을 닫는 것으로 끝나지만, 마음의 정리는 말로 정리되지 않으면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근 후에 일을 더 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하루를 한 번 더 돌아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였구나.”
이 문장을 마음속으로라도 한 번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조금씩 끝나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무언가를 보거나, 무언가를 배우거나, 무언가를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시간에 비로소 하루가 제자리를 찾습니다.
오늘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오늘을 여기까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손병구 at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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