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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LOG(내마음의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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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Mar 2026
다시, 한 줄 #07 |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법

다시, 한 줄 대표 이미지


이번 주는 유독 만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회의록 양식을 자동으로 채워주는 도구, 경쟁사를 한눈에 비교하는 대시보드, 트렌드 시그널을 자동으로 수집하는 시스템.

세어보니 동시에 돌리고 있는 MVP가 아홉 개였습니다. (MVP — 최소 기능 제품. 완벽하지 않아도 핵심만 돌아가는 첫 번째 버전.)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쌓이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하나는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라는 멈춤. 다른 하나는 “일단 다 해보자”라는 무모함.

저는 세 번째를 택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을 먼저 없애자.”


회의가 끝나면 매번 같은 양식에 같은 포맷으로 회의록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양식 열고, 날짜 바꾸고, 참석자 적고, 내용 옮기고, 파일 저장하고, 폴더에 넣고.

30분짜리 일이었지만, 그 30분이 매번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노션에 기록하면 양식이 자동으로 채워지고, 파일이 만들어지고, 폴더에 저장되는 도구를.


도구를 만들면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시간이 생기는 게 아니라, 생각할 여유가 생깁니다.

회의록 정리에 쓰던 30분이 사라지니 회의 내용을 더 깊이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 광고주가 진짜 원하는 게 뭐였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관점은 뭘까?”

작업이 줄어드니 질문이 늘었습니다.


요즘 AI 시대에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AI는 반복을 대체합니다. 그리고 반복이 사라진 자리에 사고가 들어옵니다.

도구를 쓰는 사람과 도구를 만드는 사람의 차이는 기술력이 아닙니다.

“이건 매번 반복되는데, 왜 아직도 수동이지?”

이 질문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아홉 개의 MVP를 동시에 돌리면서 느낀 건,

완벽한 하나보다 불완전하지만 돌아가는 아홉 개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입니다.

50%짜리 프로토타입이 100%짜리 계획서보다 빠르게 답을 줍니다.

“이게 진짜 필요한 건가?”에 대한 답을요.


도구를 만든다는 건 결국 자기 시간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내가 반복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생각에 쓰는 시간을 늘리는 것.

그것이 이번 주 제가 배운 한 줄입니다.


오늘의 다시, 한 줄

문제를 발견하면 도구를 만들고, 도구를 만들면 시간이 생기고, 시간이 생기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회의록 자동화, GEO 대시보드 고도화, 트렌드 시그널 시스템까지 — 여러 도구를 동시에 만들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돌아가는 것 자체가 답이었으니까요. AI는 코드를 짜주지만,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다음 주도 반복을 하나씩 없애면서, 생각할 여유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손병구 at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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