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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LOG(내마음의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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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Aug 2014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인들과의 술자리였다. 만일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몇 년 후로 돌아갈 것인지’ 그리고 ‘어떤 타이밍(어떤 시점)에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토론이 벌어졌다.

A : 저는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B : 저는 첫사랑을 만났던 시점으로 돌아갈래요.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시 해보려고 그러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B : 아니요. 제 첫사랑은 제 아내 에요.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면 아내를 처음 만났던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E : 난 반댄데.. 아내를 만난 시점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

아마 B처럼 생각하는 사람보다 E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더욱 많을 것 같긴 하다. (물론 난 아니지만)

C : 전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고등학교까지는 너무 힘든 기억들이 많고 대학 1학년 시절이 가장 황금기였으며, 아내를 만난 시점이라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네요. ㅋ

D :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특히 죽는 날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가 눈감는 날. 그날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찾아올 수도 있고, 이미 예견된 날일 수도 있겠지만, 그날을 알 수 있다면 아침에 나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작별인사 정도는 하고 싶네요. 특히나 평소에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다 쏟아낸다면 미련도 없어지고, 마음도 더욱 편안해질 것 같아요.

모임의 사람들 대상으로 진행된 돌발질문에 단 한 명도 같은 답변은 없었다. 각각 이유를 들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고, 시점 역시 달랐다.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개인에게 허락된 현재라는 시간은 같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는지도 각자의 몫이다. 누구나가 현재 기준에서 과거는 후회가 있게 마련이다. 미래에서의 나도 분명 과거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언제 해도 후회는 늦은 법이니까.

유일하게 후회를 줄이는 방법은 현재를 마음이 끌리는 대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물론 미래엔 현재보다 더욱 높은 강도로 후회가 밀려오겠지만. 결국,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 일치될 수 없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덕분에 1시간을 안줏거리 삼을 수 있었다.


손병구 at 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