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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LOG(내마음의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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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Jul 2014
우리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월드컵(2014년)은 끝이 났다.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대표팀이 귀국길에 올랐다. 입국하는 공항에서 대표선수들의 얼굴은 어두웠고, 그 사이로 호박사탕이 투척되었다. 애초부터 의리를 앞세운 선수발탁과 단조로운 전술구사로 월드컵 내내 뭇매를 맞은터라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거셌다.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서 뒤쳐지는 선수구성은 아니었다. 감독 역시도 남다른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럼에도 경기력은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 중원을 장악하는 능력도 떨어졌고, 짜임새 있는 패스도, 골결정력도 없었다. 조직력도 부족했고, 한국축구라고 내세울만한 색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임자체가 루즈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이야기한 ‘멘탈’이 문제였을까?

축구선수에게 멘탈이란.. 자신보다 강한자 앞에 섰을때나,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약한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 할수 있는 능력..

또 졌을때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도.. 이겼을때 쏟아지는 칭찬을 가려 들을 줄 아는 것도 모두 멘탈에 속한다. 심지어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이 곧 경기장 안으로 이여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멘탈이다. 그렇기에 멘탈은 경기 당일날 “한번 해보자!” 라고 외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멘탈은 훈련장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트윗중 발췌


어느 팀과 맞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월드컵 본선 전에 가졌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패배를 거듭하는 동안 우려들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상 이기는 방법을 잊어버린듯 보였고, 무기력함은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졌다.

경기력의 정도, 승패를 떠나서 그간의 땀방울에 대한 평가가 ‘호박사탕 투척’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되는 것은 가혹하다. 적어도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초일류, 승리만을 미덕으로 삼고, 패배는 곧 실패로 인식하는 이 사회의 단면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돌고 돌아 4년마다 열광할 수 있고, 응원할 수 있고, 기원의 목소리를 더할 수도 있다. 때로는 패배를 쿨하게 인정하면 어떠한가. 원인을 찾고, 교훈을 삼아야 멋진 도약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준비과정 속에 값진 노력들이 적어도 누군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힐난받지 않고, 스스로 격려 받을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아쉽다.

여전히 우리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폭력적인 기대’보다는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으로 비전을 다시 그려야할 때다.


손병구 at 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