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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LOG(내마음의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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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Nov 2013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한 방법

호텔에서 일한 적이 있다. 호텔 대표는 늘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가 이루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그러하지 못했다.

호텔의 특성상 서비스의 질이 곧 호텔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다. 하지만 호텔의 CEO는 서비스보다 수익을 우선시했다. 비용이 될만한 요소는 그것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철저하게 절감했다.

이를테면 각종 연회에 투입되는 인력 구성의 비정규직 비율을 늘렸다. 주중 연회가 적을 때는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말 연회나 예식으로 일손이 부족할 때만 유동적으로 투입하는 식이었다. 부서별로 연회업무 지원도 상시로 이루어졌다. 객실 팀은 물론이고 예약부서나 관리부서와 같은 사무직원들도 주말 연회 준비와 진행을 위해 차출되었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 가중으로 인한 피로도는 날로 심해졌다. 서비스는 당연히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고, 불만도 비례해서 높아졌다.

(업계 관행이라곤 하지만) 계절마다 각종 쿠폰이 남발되었다. 이를테면 매년 맥주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입장권을 사전에 발행해서 배포했다. 입장권은 주요 협력업체에 할당된 몫이 강제로 돌아갔고, 직원들에게도 직급별로 할당되었다. 티켓에 대한 비용은 다음 달 급여에서 차감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협력업체에 할당된 금액도 대금지급액에서 차감되었다)

호텔의 매출이 저조할수록 이런 형태의 쿠폰 발행은 습관화되었고, 직원들의 반발 역시 거셌다. 일부 직원이 퇴사하면 그 자리에 또 다른 직원이 충원될 뿐이었다.

당시 난 인사 총무직을 맡고 있었는데 직원들의 잦은 퇴사와 입사는 반복되었고, 전문인력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내가 즐겁지 않고, 보람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 가능할까? 애초에 무리였다.

호텔은 결국 내가 직장을 서울로 옮기고 난 이후 문을 닫았다. 무리하게 성인나이트를 오픈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왔다는 소문도 있고, 호텔 회장이 죽고, 뒤이어 호텔을 물려받은 아들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란 소식도 들렸다.


손병구 at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