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

MIND LOG(내마음의 항해일지)

About life-LOG Email Topica

05 Dec 2013
벗 남기기

먼 여행지로 떠나는 친구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제일 먼저 발뿌리에 걷어차이는 돌멩이를 주워 달라’

내 말에 친구들은 의아해한다. 돌을 수집하는 고상한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고, 돌멩이로 뭔가를 만들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여행지에서의 벅찬 감정 속에서 돌멩이를 주워달라는 ‘나’를 한번 떠올리길 원하는 마음이다. ‘나’와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돌을 주워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사소한 것에도 쉽게 감동받고, 오래 기억하는 성향은 남들보다 섬세하거나 예민해서가 아니라 사소함에서 전해오는 사람됨됨이, 그 마음을 높이 평가하기때문일 것이다.

내가 오래기억하고 싶고, 관계를 돈독히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특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마음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나도 그들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어떤 목적이나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싶다.

인생에서 참된 벗하나 남기기는 어려운 법이다. 단 한명이라도 오롯이 정성으로 나를 향하는 벗 하나만 남기면 인생은 그 자체로 성공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그런 사람과 웃으면서 떠들고 난 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손병구 at 23:11